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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드린이 생산 중단 예정이라고 한다.

CrimsonPunch 2019. 9. 18. 12:43

마이드린이 내년부터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역시 그였다. 아직 바뀌지 않은 그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 아직 바뀌지 않았다면 여전히 나른한 햇살을 연상시킬 그의 컬러링 Sondre Lerche의 음악을 들은 후 - 이 소식을 알려주며 슬며시 그의 안부를 묻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마이드린을 처음 알게 된 건 6년 전 그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그의 집에 갔을 때였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집에서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죽 두 그릇을 사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그의 집으로 찾아갔었다. 

 

편두통이 오면 그는 어두운 방 안에 가만히 누워 있는다고 했다.

마이드린을 두 알 털어넣고 가만히 누워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날도 그는 약을 먹고, 먼 길 온 나에게 즉흥으로 재즈 기타 연주를 짧게 보여주었고,

두통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 긴장이 풀렸는지 깊은 잠에 빠져 들었었다.

 

여름날, 라꾸라꾸 침대 위 얇은 이불 아래서 곤히 잠든 그를 보며,

목이 늘어난 그의 브이넥 반팔 티셔츠를 응시하면서

담배 냄새와 뒤섞인 페브리즈 냄새를 맡으면서

그는 어떤 사람일까 가만히 생각했었다. 

잠든 그가 내쉬는 숨결에 따라, 천천히 오르내리던 브이넥 라인은 선명하게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그는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파란 기타를 쳤고, 파란 메비우스를 피우던 사람이었다. 

쨍하게 파란 하늘이 좋아서 여름을 제일 좋아한다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마이드린의 파란색을 마음에 들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웃음에서 가끔 푸른 빛이 묻어났다.

그는 파란색으로 기억되었다.

 

하늘이 파랗지 않던 9월의 어느 비 오는 날이었나. 

충무로의 기억이 마지막이 되었지만

어떤 숫자, 어떤 동물, 파란색 그리고 마이드린은 여전히 그를 선명하게 상기시킨다.

 

그런 마이드린이 곧 사라진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어 몇 글자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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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도 파란 아이만 골라서 썼었구나.